🪷 불교 야화제 19야

동쪽으로 되돌리지 않은 발걸음

당나라의 엄격한 국법을 피해 서역으로 향하던 현장 스님은 사막에서 물통을 쏟는 위기를 맞이합니다. 두려움에 동쪽으로 발걸음을 돌리려다 굳은 다짐을 떠올리며 다시 서쪽으로 향한 그의 일화를 통해, 실패 앞에서 나아갈 길을 포기하지 않는 삶의 태도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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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의 국법은 몹시 엄격했습니다. 서역으로 나가는 길은 단단히 닫혀 있었습니다. 스물여덟 승려 현장은 밤을 타고 국경을 몰래 넘었습니다.

그의 눈앞에 끝없는 타클라마칸 사막이 펼쳐졌습니다. 사막은 어떤 생명도 쉽게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이글거리는 태양과 거친 모래바람이 온몸을 옥죄었습니다.

닷새 동안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사막을 걸었습니다. 지친 현장이 말 위에서 졸다가 소중한 가죽 물통을 땅에 떨어뜨렸습니다.

귀한 물이 메마른 모래 속으로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사막 한가운데서 물을 잃은 것은 곧 죽음을 뜻했습니다. 현장의 입술이 바짝 타들어 갔습니다.

순간 거친 두려움과 공포가 밀려왔습니다. 현장은 지친 말머리를 고향인 동쪽으로 돌렸습니다. 그러나 몇 걸음 걸었을 때 그는 털썩 멈춰 섰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굳은 다짐을 떠올렸습니다.

“서쪽을 향해 가다 죽을지언정, 결코 동쪽으로 한 걸음도 돌아가지 않으리라.”

현장은 말머리를 다시 서쪽으로 단호하게 돌렸습니다. 지독한 환각이 보이고 환청이 들려와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오직 서쪽만을 바라보며 메마른 땅을 밟아 나갔습니다.


되새김. 엎질러진 물 앞에서 우리는 자주 발걸음을 멈추고 지난날을 돌아봅니다. 실수나 실패로 흘려보낸 것들에 마음을 빼앗겨 가야 할 길을 포기하려 합니다. 오늘 밤 당신이 바라보는 서쪽은 어디입니까. 물통은 바닥에 엎질러졌을지라도, 품고 있는 삶의 목적지마저 엎질러진 것은 아닙니다.

#수행#마음#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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