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교 야화제 22야

길가에 넘친 시체와 닫힌 문

괴질로 가득한 마을에서 생사의 무상함을 마주한 경허 스님은, 지식의 무력함을 깨닫고 강원의 문을 닫은 채 죽음을 각오한 용맹정진에 들어섭니다.

경허 스님은 당대 이름난 대강사였습니다. 팔만대장경을 두루 꿰뚫어 사방에서 요청이 이어졌습니다. 어느 날 스님은 스승을 찾아 먼 길을 떠났습니다.

길을 걷던 스님이 한 마을에 들어섰습니다. 마을에는 기괴한 정적이 감돌았습니다. 길가에는 장사를 지내지 못한 시신들이 무더기였습니다. 괴질이 마을을 덮친 것이었습니다.

집 안에서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살아남은 이들도 죽음을 기다릴 뿐이었습니다. 스님은 발걸음을 멈추고 멍하니 섰습니다.

평생 외운 팔만대장경이 떠올랐습니다. 뛰어난 강설도, 글귀도 죽음 앞에서는 무력했습니다. 자신이 아는 모든 지식이 한순간에 허물어졌습니다.

거대한 두려움이 스님을 덮쳤습니다. "나 역시 이 죽음을 피할 수 없겠구나." 스님은 곧바로 발길을 돌려 절로 돌아왔습니다.

강원의 문을 닫고 제자들을 모두 보냈습니다. 그리고 선실 문을 걸어 잠갔습니다. "이 생에 깨닫지 못한다면 차라리 소가 되어 멍에를 메겠다."

스님은 죽음을 각오하고 홀로 용맹정진에 들어갔습니다. 문을 잠근 것은 도망이 아니었습니다. 삶과 죽음의 무상함을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되새김. 우리가 쌓아 올린 지식과 안락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때가 있습니다. 준비 없이 맞닥뜨린 생사의 무상함은 깊은 두려움으로 다가옵니다. 오늘 밤, 우리는 어떤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그고 자신을 되돌아보아야 합니까.

#죽음#무상#수행#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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