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교 야화제 1야
런던에 선이 핀 날
1920년대 런던의 젊은 법률가 크리스마스 험프리스가 스즈키 다이세츠의 책을 접한 뒤 일본을 찾아가 선을 배우고, 1924년 런던에 불교협회를 세워 평생 수행을 이어간 실화입니다.
1920년대 런던, 한 젊은 법률가가 책 한 권을 손에 쥐었습니다. 스즈키 다이세츠가 영어로 쓴 선 입문서였습니다. 크리스마스 험프리스는 그 책을 덮고 오래 창밖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는 얼마 뒤 일본으로 건너가 스즈키를 직접 찾아갔습니다. 스즈키는 험프리스를 한동안 말없이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습니다. "선은 설명하면 이미 선이 아닙니다. 그래도 배우겠습니까?" 험프리스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런던으로 돌아온 그는 1924년 불교협회를 세웠습니다. 처음에는 거실 몇 개를 빌려 썼습니다. 찾아오는 사람은 손에 꼽혔습니다.
누군가 물었습니다. "영국인이 어떻게 선을 이해하겠습니까?" 험프리스는 조용히 답했습니다. "이해하려 드는 것이 문제입니다. 앉으세요."
수십 년이 흐르는 동안 협회는 조금씩 자랐습니다. 가르침은 굳이 동양의 옷을 입히지 않았습니다. 좌복 위에서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마주했습니다.
험프리스는 법정에서 판사로 일하면서도 협회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는 말했습니다. "한쪽에서 판결을 내리고, 한쪽에서는 판결을 내려놓는 연습을 합니다."
그는 1983년 숨을 거두었습니다. 협회는 지금도 런던 한쪽에서 문을 열고 있습니다.
되새김. 선은 특별한 땅에서만 자라지 않습니다. 누군가 앉겠다고 결심한 자리가 곧 도량이 됩니다. 오늘 우리 곁에도 앉을 자리 하나쯤은 있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