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교 야화제 5야
거친 파도 위, 종이 한 장에 담은 우주
당나라 유학을 마치고 신라로 돌아가는 배 위에서, 의상 스님이 화엄의 거대한 진리를 단 210자의 법성게 도인에 담아낸 순간을 전합니다.
당나라 유학을 마치고 신라로 돌아가는 배 위였습니다.
거친 바다 위에서 의상 스님은 조용히 종이 한 장을 펼쳤습니다.
십 년 동안 스승 지엄 밑에서 화엄의 거대한 이치를 배웠습니다.
그 방대한 배움을 모두 정리한 글을 스승은 불길 속에 던졌습니다.
불길 속에서도 끝내 타지 않고 남은 글자는 단 210자였습니다.
스님은 붓을 잡고 오십사 번 굽이쳐 돌아가는 정교한 길을 그렸습니다.
배가 크게 흔들릴 때마다 먹물이 번질까 깊이 숨을 가다듬었습니다.
글자와 글자가 하나로 연결되어 시작과 끝이 이어지는 도인이 되었습니다.
'법성원융무상이', 법의 성품은 원융하여 본래 둘이 없다 했습니다.
첫 글자에서 출발한 길은 쉰네 번의 굽이를 돌아 다시 출발점으로 만났습니다.
함께 배에 탄 도반이 요동치는 파도를 바라보며 미심쩍게 물었습니다.
"이 작고 좁은 종이 한 장에 온 세상의 진리가 정녕 다 들어갑니까?"
스님은 거센 바닷바람 속에서 붓을 거두며 차분하게 답했습니다.
"하나 안에 전체가 있고, 전체 안에 하나가 다 들어있습니다."
되새김. 십 년 넘게 쌓아 올린 치열한 공부를 단 한 장의 도인으로 줄여낸 순간입니다. 복잡하고 무거운 삶의 번뇌도 가만히 건져 올려 보면 결국 작은 마음 하나에 다 들어앉습니다. 오늘 밤, 어지럽게 얽혀 있는 당신의 하루 끝에 남은 단 하나의 생각은 무엇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