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교 야화제 7야
이미 멈춘 발걸음
아흔아홉 명을 해친 살인마 앙굴리말라가 붓다를 쫓아가다 멈춰 선 일화를 통해, 걷고 있어도 이미 멈춘 붓다의 평온함과 멈추지 못한 분노의 의미를 되새깁니다.
피비린내 나는 숲속이었습니다.
살인마 앙굴리말라는 쫓고 있었습니다.
그는 아흔아홉 명을 베었습니다.
손가락을 잘라 목걸이를 만들었습니다.
마지막 한 사람을 찾던 중이었습니다.
그때 붓다가 숲길을 걸어왔습니다.
앙굴리말라는 칼을 거머쥐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달려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붓다는 그저 평온하게 걸을 뿐이었습니다.
이상한 일에 그는 소리쳤습니다.
"거기 서라, 수행자여!"
붓다가 뒤를 돌아보며 답했습니다.
"앙굴리말라여, 나는 이미 멈추었다.
아직 멈추지 않은 것은 바로 너다."
잔혹한 그도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너는 걷고 있고 나는 달린다.
그런데 어찌 멈추었다고 하느냐?"
붓다의 목소리가 숲에 울렸습니다.
"나는 생명을 해치는 일을 멈추었다.
그러나 너는 여전히 분노를 멈추지 못했다."
그 한마디가 가슴을 깊이 때렸습니다.
손에 쥐었던 칼이 툭 떨어졌습니다.
끝없이 내닫던 피의 발걸음이 멈추었습니다.
그는 그 자리에 엎드려 제자가 되기를 청했습니다.
앙굴리말라는 피 묻은 목걸이를 벗어 던졌습니다.
붓다는 그를 마다하지 않고 흔쾌히 거두었습니다.
어둠 속을 내닫던 남자가 비로소 안식을 얻었습니다.
되새김. 붓다는 걸어가면서도 멈추어 있었고, 앙굴리말라는 달리면서도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우리도 분노와 불안 속에서 무언가를 쫓아 끊임없이 달리고 있지는 않은지요. 오늘 밤, 멈추지 못한 채 쥐고 있던 칼을 가만히 내려놓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