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교 야화제 14야
유마의 침묵, 말의 길이 끊어진 자리
바이샬리의 유마 거사가 병석에 누운 자리에서 문수사리의 질문에 끝내 침묵으로 답하며, 말과 문자를 넘어선 둘이 아닌 참진리의 경지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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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샬리의 유마 거사가 병석에 누웠습니다.
붓다의 제자들도 문병을 주저했습니다.
유마의 높은 지혜가 두려웠던 까닭입니다.
마침내 지혜의 문수사리가 길을 나섰습니다.
방 안에는 침상 하나만 놓여 있었습니다.
문수사리가 다가가 안부를 물었습니다.
"거사여, 병이 어찌 생겨났습니까?"
유마 거사가 차분하게 대답했습니다.
"중생이 아프므로 나도 아픕니다."
좌중의 보살들이 '둘이 아닌 진리'를 논했습니다.
한 보살은 "좋음과 나쁨을 잊는 것"이라 했습니다.
다른 보살은 "생사의 경계를 넘는 것"이라 했습니다.
저마다 화려한 말글로 이치를 다투어 그렸습니다.
이야기가 마치자 문수사리가 유마를 바라보았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식견을 말했습니다.
이제 거사께서 답을 주실 차례입니다.
무엇이 둘이 아닌 진리입니까?"
유마는 끝내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깊은 고요만이 방 안을 가득 채웠습니다.
한 마디 음성조차 내지 않았습니다.
그 자리에서 모든 분별이 멈추었습니다.
문수사리가 무릎을 치며 찬탄했습니다.
"참으로 훌륭하고 훌륭하십니다.
문자도 없고 말도 없으니, 이것이 참진리입니다."
유마의 침묵이 가장 큰 대답이 되었습니다.
되새김. 말의 길이 끊어진 자리에서 진짜 진리가 드러납니다.
옳고 그름을 다투느라 지친 우리 곁에도 유마의 침묵이 필요합니다.
오늘 밤, 쏟아내려던 말들을 잠시 거두어 봅니다.
침묵할 때 비로소 타인의 아픔이 가슴에 와닿습니다.